우주의 극한 천체 (WASP-12b, OGLE-TR-122b, 항성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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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극단적인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입니다. 지구로부터 1,400광년 떨어진 곳에서 빛조차 삼키며 모성에게 서서히 먹혀가는 검은 행성 WASP-12b와 목성만한 크기로 별의 자격을 간신히 얻은 OGLE-TR-122b는 우주의 경계에 선 극한 천체입니다. 이 두 천체는 행성과 별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며, 우주가 얼마나 다양하고 극단적인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빛을 삼키는 검은 행성 WASP-12b의 극한 환경 WASP-12b는 지구로부터 약 1,400광년 떨어진 황색 왜성 WASP-12 주위를 도는 외계 가스 행성으로, 약 26시간이라는 매우 짧은 공전 주기를 가집니다. 이 행성이 모성과의 거리는 태양에서 수성까지 거리의 10분의 1에 불과한 약 340만 km이며, 그 결과 공전 속도는 지구의 8배에 달하는 시속 약 83만 2천 km에 이릅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근접 궤도는 행성에 조석 고정 현상을 일으켜 항상 한쪽 면만 별을 향하게 만들며, 영원한 낮과 영원한 밤을 동시에 경험하는 기묘한 세계를 탄생시켰습니다. WASP-12b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발견된 외계 행성 중 가장 어두운 행성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지구의 반사율이 0.3인 반면, WASP-12b의 반사율은 0.06 이하이며 특정 파장에서는 0.03도 되지 않습니다. 이는 들어온 빛의 95% 이상을 흡수해버린다는 의미로, 시각적으로는 별빛을 반사하지 않아 거의 완벽한 검은 점으로 보입니다. 높은 온도와 대기 조성이 주된 원인인데, 낮 쪽 표면 대기 온도가 철이 녹는 수준인 약 2,500도씨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 온도에서는 수증기, 암모니아, 티타늄 산화물 같은 복합 분자들이 모두 분해됩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고온 플라스마는 가시광선을 거의 흡수하고 반사하지 않으며, 대신 빛을 흡수하고 적외선 형태의 열복사로 방출합니다. 이는 마치 검은 아스팔트가 햇빛을 흡수하여 열로 바꾸는 것과 유사한 메커니즘입니다. 조...

수성의 비밀 (극단적 환경, 3대2 궤도공명, 베피콜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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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가장 안쪽에서 빠르게 궤도를 도는 수성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가장 신비로운 행성이었습니다. 태양 바로 옆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관측하기 가장 어려운 행성 중 하나였던 수성은, 고대인들이 두 개의 다른 별로 착각할 정도로 포착하기 힘든 존재였습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바위 덩어리는 사실 태양계 형성 과정의 격변과 잔해가 그대로 남은 원시 행성이자, 지구형 행성의 진화를 이해하는 결정적 단서를 품고 있는 우주의 화석화된 기록실입니다. 극단적 환경: 생명을 거부하는 회색 사막의 물리학 수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온도 변화를 겪는 행성입니다. 낮 동안 온도가 430도까지 치솟고, 밤 동안 영하 180도까지 떨어지는 이곳은 한 행성 안에서 낮과 밤의 온도차가 600도에 이릅니다. 이는 태양계에서 수성이 유일하게 기록하는 수치이며, 이러한 극심한 온도 변화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수성에는 지구의 1조 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희박한 외기권만 존재하여 열을 가두거나 분산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기가 없다는 것은 운석 충돌에 대한 보호막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성의 표면은 달처럼 수많은 크고 작은 운석 구덩이로 뒤덮인 회색 사막과 같습니다. 이 중 가장 큰 칼로리스 분지는 직경이 약 1550km에 달하며, 이 충돌로 인해 수성 반대편까지 지질 구조가 뒤틀렸습니다. 이는 마치 거대한 망치가 행성을 강타하여 그 충격파가 반대편으로 전달된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놀랍게도 수성은 지구의 1% 수준으로 약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심의 액체 상태 철 핵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다이나모 효과 때문입니다. 또한, 수성은 지구보다 훨씬 작지만 핵이 행성 전체 부피의 85%에 육박하며, 이는 마치 지각과 멘틀이 사라지고 핵만 남은 별처럼 보인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으로 높은 밀도는 수성이 태양계 행성 중 단위 부피당 가장 무거운 행성임을 보여줍니다. 과학자들은 수성이 과거에 거대한 충돌을 겪어 껍데기가 날아갔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