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도는 별 (중성자별, 희귀한 지구, 생명체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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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716번 회전하는 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으시나요?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 도는 동안, 우주 어딘가에선 빛의 속도 24%에 달하는 속도로 미친듯이 자전하면서도 붕괴되지 않는 천체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저 숫자가 주는 압도감에 멍해졌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습니다. 이 극단적인 우주의 사례를 보고 나니, 우리가 숨 쉬는 이 평범한 지구가 얼마나 기적 같은 확률로 존재하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거든요. 중성자별, 물리 법칙의 끝에서 버티는 괴물 PSR J1748-2446AD라는 이름의 이 천체는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빠르게 자전하는 별입니다. 펄사로 분류되는 이 중성자별은 1초에 무려 716번 회전하는데, 이는 지구보다 약 43만 배 빠른 속도입니다. 적도 회전 속도만 따져도 초속 약 7만 km를 넘어서죠. 솔직히 이 정도 속도라면 별의 표면이 원심력에 의해 찢겨 나가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별은 멀쩡합니다. 비결은 극도로 조밀한 물질 밀도에 있습니다. 태양보다 무거운 질량을 지름 34km 안에 압축한 이 천체는, 1티스푼 무게만 6억 톤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중력을 자랑합니다. 과학자들은 중성자별 자전의 이론적 상한선을 초당 약 1천회 정도로 보는데, PSR J1748-2446AD는 그 한계선의 70% 지점에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별은 자연이 허용하는 회전 속도의 마지막 단계를 실시간으로 실험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주 어딘가에서 물리 법칙이 허용하는 경계선 직전까지 가본 천체가 지금도 돌고 있다는 게 경이롭지 않나요? 희귀한 지구, 우연의 산물인가 필연인가 그렇다면 우리 지구는 어떨까요? 극단적인 중성자별과 달리, 지구는 너무나 평온하고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이 평온함이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더 희귀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희귀한 지구 가설'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행성이 우주에 매우 드물다고 주장합니다. 이 가설은 단순히 물이 있고 온도가 적...

천왕성의 42년 계절 (기울기, 파커 탐사선, 태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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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성의 자전축은 98도 기울어져 있어 한 계절이 무려 42년간 지속됩니다. 저는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한 세대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해가 뜨지 않거나 지지 않는 풍경을 상상하며 우리가 지구에서 누리는 24시간 주기가 얼마나 특별한 축복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시속 69만 km라는 가늠조차 어려운 속도로 태양에 접근하는 파커 탐사선의 이야기는, 인류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의 꿈을 과학으로 구현해내고 있다는 경외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98도 기울어진 행성, 42년간 이어지는 여름과 겨울 지구의 자전축은 23.5도 기울어져 있고, 이 덕분에 우리는 3개월마다 사계절을 경험합니다. 반면 천왕성은 거의 옆으로 누운 채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북극이 42년간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42년간 완전한 어둠 속에 잠깁니다. 이건 단순히 극지방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천왕성 전체가 이 극단적인 계절 변화를 겪으며, 한쪽 반구는 끝없는 낮을, 반대쪽은 끝없는 밤을 맞이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비정상적인 기울기가 태양계 형성 초기, 약 45억 년 전 지구 크기의 천체가 천왕성을 강타한 거대 충돌의 결과라고 추정합니다. 충돌의 여파는 천왕성의 내부 구조까지 바꿔놓았습니다. 목성이나 토성 같은 다른 거대 가스 행성들은 내부에서 엄청난 열을 뿜어내지만, 천왕성은 거의 열을 방출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천왕성은 '죽은 열의 행성'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진 해왕성보다도 표면 온도가 낮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42년 주기로 계절이 전환되는 시점마다 천왕성에서 거대한 폭풍이 관측된다는 점입니다. 2007년 허블 우주망원경은 천왕성 표면에서 시속 900km에 달하는 폭풍을 포착했습니다. 이는 지구의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보다 다섯 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내부열이 거의 없는 천왕성에서 이런 폭풍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계절 변화만으로도 행성 규모의 기상 현상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속 69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