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탐사의 진실 (압력, 생명체, 오염)
우리는 화성 표면의 지형도는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발밑 10km 아래 바닷속은 95%를 모른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지구 표면의 71%가 바다인데도 인류가 직접 확인한 해양은 고작 5%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볼수록, 심해 탐사가 단순히 '어렵다'는 차원을 넘어 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1,100기압이라는 압력의 의미
심해가 왜 이렇게 탐사하기 어려운지는 수치 하나면 충분합니다. 수심 10m마다 1기압씩 증가한다는 단순한 공식이 심해에서는 생존 불가능의 벽이 됩니다. 마리아나 해구의 최저점은 10,984m로, 이곳의 수압은 무려 1,100기압에 달합니다.
이 압력이 어느 정도냐면, 대부분의 금속 구조물이 찌그러지고 전자기기는 순식간에 망가집니다. 생명체의 세포막이 터질 정도의 환경입니다. 1960년 트리에스테호가 처음 해구 바닥에 도달했을 때도 장비 고장으로 진흙만 보고 올라와야 했고, 2012년 제임스 카메론이 1인용 잠수정으로 재도전했을 때야 비로소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건 '관측의 역설'입니다. 심해는 빛이 전혀 닿지 않아 카메라를 가져가도 조명 없이는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빛을 비추는 순간 생물들이 놀라 도망가거나 색을 바꿔버려, 관측하면 할수록 오히려 본래 모습에서 멀어지는 겁니다. 마치 양자역학의 관측자 효과를 해저에서 체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태양 없이 사는 생명체들
심해 생태계는 지상의 모든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만큼 독특합니다. 빛이 없다는 건 광합성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고, 결국 지상과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열수 분출공 주변에는 황화수소를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화학 합성 생태계가 존재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생명체 종의 약 80%가 바다에 살지만, 그중 분류되고 등록된 건 겨우 20%입니다. 나머지 60%는 이름도, 형체도,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건 단순한 미발견이 아니라, 우리가 '생명'이라고 정의하는 기준 자체가 지상 중심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블롭피시 같은 심해어는 부드럽고 탄성 있는 몸과 체내 액체로 가득 찬 장기로 고압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할레모나스라는 세균은 11,000m 깊이의 압력과 극저온에서도 멀쩡히 살아갑니다. NASA가 심해를 타이탄이나 엔셀라두스 같은 얼음 위성의 바다와 비교하며 우주 생명 탐사 훈련장으로 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가장 깊은 곳에서 발견된 비닐봉지
2018년 마리아나 해구 탐사에서 과학자들이 발견한 건 신비로운 생명체가 아니었습니다. 비닐봉지 조각과 음료수병 뚜껑이었습니다. 빛조차 닿지 않는 지구 최심부, 1,100기압의 압력이 지배하는 그곳에 인간의 쓰레기가 먼저 도착해 있었던 겁니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저는 탐사의 성과보다 미안함이 먼저 들었습니다. 우리는 심해를 미지의 영역이라 부르지만, 정작 그곳은 이미 우리 손때가 묻은 공간이었습니다. 심해 자원 개발 논의가 한창인 지금, 망간 단괴나 메탄 하이드레이트 같은 자원의 경제적 가치만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저 채굴은 생태계 교란과 침전물 확산 같은 환경 문제를 필연적으로 동반합니다. 국제 규제는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고, 각국은 선점 경쟁에만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심해 생물의 DNA가 암세포 파괴나 신경 재생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런 생명 자원을 채굴 과정에서 영구히 잃을 수도 있습니다.
1997년의 미확인 음원, 더 블루프
물은 소리 전달에 매우 효율적인 매체입니다. 과학자들은 소나를 통해 심해 생물의 이동 경로나 해저 지형을 파악하는데, 가끔 설명할 수 없는 신호들을 포착합니다. 대표적인 게 1997년에 기록된 '더 블루프(The Bloop)'라는 초저주파 소음입니다.
그 기원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수염 고래는 초저주파로 소통하고, 일부 고래는 음파 반사로 해저 지형을 파악합니다. 귀신 오징어는 음파 충격파로 사냥감을 혼란시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심해 생물들 사이에서 패턴 있는 반복 신호를 발견하고, 이들 간 의사소통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이 부분이 심해 탐사에서 가장 소름 돋는 지점입니다. 우리가 듣고 있지만 해독하지 못하는 신호들. 어쩌면 심해에는 우리가 '언어'라고 인식조차 못하는 소통 방식이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심해는 인류에게 마지막 경계선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품은 태고의 자궁일까요? 우리는 지금 화성 탐사에 수조 원을 쏟아붓지만, 정작 발밑 바다 95%는 여전히 모릅니다. 다음 문명의 열쇠는 우주가 아니라 깊은 심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빛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인류는 다시 한번 불을 밝혀야 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그 전에, 우리가 이미 오염시켜버린 그 공간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ocean-mystery-exploration-surface.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