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신호 탐색 (우주 전파, 인간 한계, AI 협력)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전파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외계 신호를 아직 못 찾은 이유가 신호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받았는데 그냥 지나쳤기 때문이라면 어떨까요? 저는 이 가설을 처음 접했을 때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어린 시절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다 잡음 속에서 흘러나오던 정체 모를 소리가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조용하지 않다 — 전파와 노이즈의 세계

일반적으로 우주는 텅 비고 고요한 공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자기파(電磁氣波)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진동하며 공간을 이동하는 파동을 뜻하는데, 빛도, 전파도, X선도 모두 이 전자기파의 일종입니다. 우리가 라디오로 듣는 신호나 휴대폰 통신에 쓰이는 주파수도 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 보면 지지직거리는 소음 사이로 알 수 없는 방송이 흘러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채널이 안 잡히는 줄 알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보이지 않는 전파가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가장 직관적인 증거였습니다.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계 지적 생명 탐사를 뜻하는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는 이 원리를 우주 규모로 확장한 프로젝트입니다. SETI란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신호 중 자연 현상이 아닌 인공적인 패턴을 찾아내려는 과학적 시도입니다.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은 직경 100미터에 달하는 설비로, 하루에 약 1~2페타바이트(PB)의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핵심은 노이즈(noise)와 신호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노이즈란 의미 없이 무작위로 뒤섞인 전파를 뜻하는데, 수소 원자가 내는 1420MHz 전파처럼 자연에서 발생하는 신호가 대부분입니다. 과학자들이 찾는 것은 이와 달리 좁은 주파수 대역에 집중되어 있고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비자연적인 규칙성을 가진 신호입니다. 1977년 천문학자 제리 에먼이 발견한 '와우 신호'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약 72초 동안 특정 주파수에서 강렬한 패턴을 보였지만 단 한 번만 나타나고 다시는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창작 중에 한 번 스쳐 간 영감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는 재현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그 순간처럼, 우리는 외계의 인사를 그렇게 흘려보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신호를 놓칠 수밖에 없는 이유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이 충분히 오래, 열심히 관측하면 언젠가는 신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데이터의 규모를 직접 체감하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가 AI 챗봇을 직접 만들며 수백 개의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도 때로는 벅차게 느껴지는데, 하루 1~2페타바이트라는 수치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외계 신호 탐색에서 겪는 한계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데이터 과부하: 하루 생성량이 수십억 개의 신호 조각에 달하며, 인간이 하나씩 검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처리 능력과 실제 데이터 생성량 사이에 수십만 배 이상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2. 패턴 인식 편향(Pattern Recognition Bias): 인간은 익숙한 형태를 우선적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편향이란 낯선 구조의 신호를 오히려 의미 없는 잡음으로 걸러낼 위험성을 의미합니다.
  3. 시간 제약: 와우 신호처럼 수십 초 만에 사라지는 신호는 실시간 감시가 없으면 포착 자체가 불가능하고, 데이터를 모두 저장하기엔 비용과 용량의 벽이 너무 높습니다.
  4. 해석 오류: 펄서(Pulsar)처럼 일정한 주기로 전파를 방출하는 자연 현상도 존재하기 때문에, 규칙성이 발견된다고 해서 곧바로 인공 신호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펄서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로, 주기적인 전파 펄스를 방출하는 천체입니다.

특히 네 번째가 제게는 가장 걸립니다. 제가 이미지 생성 프롬프트를 다루다 보면, 비슷해 보이는 출력물 사이에서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일이 예상보다 훨씬 피곤한 작업이라는 걸 몸으로 압니다. 집중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고, 후반부에 오류가 늘어납니다. 수천만 개의 신호를 상대로 그 과정을 반복한다는 건 인지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AI 협력의 가능성과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의 AI입니다. 머신러닝이란 AI가 수천만 개의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며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단순히 빠른 계산 속도가 핵심이 아니라 학습 방식 자체가 인간과 다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 프로젝트에서 이 기술을 본격 적용한 결과, 2020년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이미 존재하던 데이터에서 여덟 개의 새로운 신호 후보를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데이터가 새로 생긴 게 아니라, 분석 방식이 바뀌었을 뿐인데 결과가 달라진 것입니다.(출처: SETI Institute - Breakthrough Listen)

특히 AI의 이상 탐지(Anomaly Detection)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상 탐지란 정상적인 신호의 분포를 먼저 학습한 뒤,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미세한 차이를 자동으로 감지해내는 방법입니다. AI는 초당 수천에서 수만 개의 신호를 동일한 기준으로 처리하며, 인간이 직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패턴까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인간은 초당 한 개 수준의 판단이 현실적인 한계입니다.(출처: Breakthrough Initiatives 공식 사이트)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 비판적인 질문을 계속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AI가 '이상하다'고 분류한 신호를, 결국 인간이 해석하는 단계에서 우리가 또 걸러버릴 가능성은 없을까요? 만약 외계 문명의 메시지가 우리의 물리 법칙이나 수학적 논리와 전혀 다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면, AI가 포착한 신호를 인간은 끝내 '의미 없는 노이즈'로 결론 내버릴 수 있습니다. AI의 발견이 인간의 좁은 해석 기준이라는 병목(Bottleneck)을 통과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또한 오탐지(False Positive) 문제도 경계해야 합니다. 오탐지란 실제로는 자연 신호이거나 지구발 인공 전파인데 AI가 외계 신호 후보로 잘못 분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AI는 학습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신호가 들어오면 이를 노이즈로 처리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약 개발이나 입자 물리학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AI가 먼저 발견하고 인간이 뒤늦게 이유를 설명하는 구조가 외계 신호 탐색에서도 현실화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결국 AI와 인간은 대체 관계가 아닙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추적하고, 인간은 그 패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맥락 안에서 해석합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오류를 만들어내는 두 존재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때, 비로소 탐색이 완성됩니다.

우주에 2조 개 이상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에 수천억 개의 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외계 신호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가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무리한 주장처럼 들립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신호를 지나쳤을 가능성이 있고, 지금도 지나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그 사실이 두렵기보다는 흥미롭습니다. 다음 신호가 도착했을 때, 그것을 알아보는 것이 AI이든 인간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그 준비는 기술보다 먼저, 우리 인식의 경계를 넓히는 데서 시작됩니다.

---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alien-life-signals https://www.seti.org/breakthrough-listen https://breakthroughinitiatives.org/initiativ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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