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행성 수 (외계행성, 골디락스 존, 중력 적응)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행성의 수는 최소 10의 23승 개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 숫자는 지구 모든 해변의 모래알보다 약 1천 배 많습니다. 어릴 적 해변에서 모래알을 세어보려다 포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모래알보다 1천 배 많은 행성이 있다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외계행성 발견, 상식을 뒤집은 그 순간
1992년, 인류는 처음으로 태양계 바깥의 행성을 확인했습니다. 폴란드의 알렉산더 볼슈찬과 미국의 데일 프레일이 펄서(pulsar) 주변에서 행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펄서란 빠르게 자전하며 규칙적으로 전파를 방출하는 중성자별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초신성 폭발 이후 남은 별의 잔해입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이를 "극단적인 특이 사례"로 치부했습니다. 생명체는커녕 행성조차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으니까요.
하지만 1995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위스의 미셸 마요르와 디디에 켈로가 태양과 유사한 별인 51 페가시 주변에서 행성 51 페가시 b를 발견했습니다. 이 행성은 목성처럼 거대한 가스 행성임에도 별에서 불과 0.05 AU 거리를 4일 만에 한 바퀴 도는, 당시 이론으로는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습니다. 이런 유형을 천문학에서는 열목성(Hot Jupiter)이라고 부릅니다. 열목성이란 목성 크기의 가스 행성이 모항성에 매우 가깝게 붙어 궤도를 도는 천체를 말합니다. 솔직히 이 발견 스토리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우리가 가진 "행성은 이래야 한다"는 전제가 얼마나 좁은 사고였는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 두 사람은 이 공로로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행성 하나의 발견이 노벨상으로 이어진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발견이 단순한 천체 하나의 목록 추가가 아니라, 우주에 행성이 얼마나 흔한 존재인지를 처음으로 증명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별 주변에는 행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거의 모든 별에 행성이 있을 것이다"라는 패러다임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케플러 망원경이 열어젖힌 행성계의 풍경
2009년 발사된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트랜싯 측광법(transit photometry)을 활용해 외계행성을 탐색했습니다. 트랜싯 측광법이란 행성이 모항성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현상을 포착하는 방식입니다. 밝기 변화가 0.01%에 불과한 경우도 잡아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설명을 들을 때마다 저는 천문학자들의 집념에 감탄하게 됩니다. 별빛의 미세한 떨림을 수년간 추적해 행성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이, 일상에서 사소한 단서를 모아 거대한 진실을 찾아내는 일과 묘하게 닮아 있거든요.
케플러 망원경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별이 하나 이상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우리 은하에만 최소 수천억 개, 일부 연구에서는 1조 개 이상의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추정치가 나옵니다. 케플러가 발견하거나 확인한 대표적인 행성계를 보면 그 다양성이 실감됩니다.
- 트라피스트-1(TRAPPIST-1) 행성계: 지구 크기 행성 7개가 하나의 별 주위를 돌고 있으며, 이 중 3개가 골디락스 존에 위치합니다.
- 케플러-90(Kepler-90) 행성계: 태양계와 마찬가지로 8개의 행성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행성계로, AI 기반 데이터 분석으로 마지막 행성이 추가 발견되었습니다.
- 케플러-442b(Kepler-442b): 지구와 유사도가 높은 암석형 행성으로, 지구 유사 지수(ESI)가 0.84에 달합니다.
이 숫자들을 보면 "행성은 희귀하다"는 과거의 통념이 얼마나 틀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행성이 많다"는 사실과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이 많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점을 간과한 채 장밋빛 기대만 품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을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디락스 존의 조건과 중력이라는 변수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란 항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궤도 영역을 뜻합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아 생명체가 살기에 "딱 알맞은" 구역이라는 의미에서 동화 속 골디락스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케플러 데이터에 따르면 태양과 비슷한 별의 약 20%가 이 구역에 지구 크기의 행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은하의 별이 4천억 개임을 고려하면, 지구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행성이 수십억 개 이상 존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출처: NASA Exoplanet Exploration).
하지만 저는 이 수치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골디락스 존에 있다는 것은 온도 조건이 맞다는 것이지, 중력이 지구와 같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행성의 질량이 달라지면 표면 중력도 달라집니다. 만약 어떤 행성의 중력이 지구의 2배라면, 그 행성에 발을 디딘 인간은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매우 가혹합니다. 70kg인 사람은 순식간에 140kg에 해당하는 하중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합니다. 심장은 두 배의 중력을 이겨내고 혈액을 뇌까지 밀어 올려야 하므로 혈압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중력 유발 의식 상실(G-LOC, Gravity-induced Loss of Consciousness)이라고 합니다. G-LOC란 고중력 환경에서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의식을 잃는 현상으로, 전투기 조종사들이 급격한 기동 중에 경험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게다가 척추압박골절(vertebral compression fracture) 위험도 높아집니다. 척추압박골절이란 과도한 수직 하중으로 인해 척추뼈가 눌리면서 찌그러지는 부상입니다. 2배 중력 환경에서는 이 부상이 단순히 걷는 행위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화를 통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과정이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적응에 성공한 일부와 그 과정에서 도태된 훨씬 많은 수를 생각하면, 진화란 축복이 아니라 생존자의 시각에서만 쓰인 역사에 가깝습니다.
지구 중력 1G, 우리가 너무 쉽게 잊는 기적
우주에 수십억 개의 지구형 행성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 설레는 일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은 외계행성 대기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하는 데 전례 없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언젠가 생명체의 징후를 나타내는 바이오시그니처(biosignature)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바이오시그니처란 생명 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화학적 신호, 예를 들어 대기 중 산소나 메탄의 특정 조합을 뜻합니다(출처: NASA James Webb Space Telescope).
그런데 제가 이 모든 정보를 공부하면서 역설적으로 강하게 느낀 건, 지구가 얼마나 정교하게 세팅된 환경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1G라는 중력 수치는 인간의 심장이 무리 없이 혈액을 순환시키고, 뼈가 체중을 지탱하며, 폐가 힘들이지 않고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딱 그 경계에 있습니다. 이 수치가 조금만 달랐어도 인류는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했거나, 혹은 존재조차 못 했을 수 있습니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수십억 개"라는 말을 들을 때 많은 분들이 "그럼 이민 갈 곳이 많겠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 수십억 개의 행성들이 각자 다른 중력, 다른 대기 조성, 다른 복사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지구라는 행성이 인간이라는 종에게 얼마나 예외적인 존재인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수십억 개'라는 사실은, 인류에게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1G 환경이 얼마나 정교하게 맞아떨어진 조건인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데이터로 보입니다. 외계 행성을 찾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지금 이 행성을 유지하는 일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우주는 넓고 행성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인간의 몸이 아무 보조 없이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드물고 귀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천문학 또는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how-many-planets-in-space.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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