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질량과 나이 (빛 분석, 쌍성계, 나이 추정)


망원경으로 봐도 그저 점 하나에 불과한 별에서,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이 별은 태양 질량의 두 배이고, 나이는 46억 년이다"라는 숫자를 뽑아낼까요. 저도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빛 하나를 분해하는 것만으로 수천 광년 밖 별의 체중을 재고 생년월일을 추정한다는 것, 오늘 그 방법을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빛 속에 숨어 있는 별의 이력서

어릴 적 돋보기로 햇빛을 종이에 모아 태운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빛을 그저 '에너지 덩어리'로만 봤는데, 천문학을 접하고 나서야 빛이 사실 별의 상태를 압축해서 보내온 일종의 편지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수천 광년을 날아온 빛 한 줄기에 별의 온도, 화학 성분, 움직임이 모두 담겨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그냥 신기하다는 수준이었는데, 원리를 알고 나니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그 원리의 핵심은 분광학(spectroscopy)입니다. 분광학이란 빛을 파장별로 쪼개어 분석하는 학문으로, 망원경이 모은 별빛을 프리즘과 같은 분광기에 통과시키면 무지개 모양의 스펙트럼이 만들어집니다. 이 스펙트럼 위에는 특정 파장이 흡수된 자리에 어두운 선이 나타나는데, 이를 흡수선(absorption line)이라고 합니다. 흡수선이란 별의 대기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서 생기는 고유한 지문 같은 것입니다. 수소, 헬륨, 철 등 원소마다 흡수하는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흡수선의 위치를 보면 별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온도도 여기서 읽어냅니다. 별이 뜨거울수록 방출하는 빛의 최대 파장이 짧아지는데, 이를 빈의 변위 법칙(Wien's displacement law)이라고 합니다. 빈의 변위 법칙이란 물체의 온도와 방출하는 빛의 파장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법칙으로, 태양은 약 5,800도, 청백색 별 리겔은 약 12,000도, 붉은 초거성 베텔게우스는 약 3,500도라는 사실을 스펙트럼 색 분포만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별을 직접 만지거나 온도계를 갖다 대지 않아도 색깔로 온도를 읽는 셈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연주 시차(parallax)가 등장합니다. 연주 시차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가까운 별의 위치가 먼 배경 별에 비해 미세하게 이동해 보이는 현상을 이용해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거리를 알아야 별의 겉보기 밝기에서 실제 광도, 즉 별이 방출하는 총 에너지량을 계산할 수 있고, 이 광도와 온도를 스테판-볼츠만 법칙에 대입하면 별의 반지름도 산출됩니다. 이 방법으로 베텔게우스의 반지름이 태양의 700~1,000배에 달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점 하나에서 이런 수치를 끌어낸다는 게 지금도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도플러 효과와 쌍성계로 재는 별의 몸무게

별의 자전 속도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예전 기차역에서 겪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기차가 다가올 때와 멀어질 때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것을 듣고 "아, 이게 도플러 효과구나" 하고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천문학자들이 이 똑같은 원리로 수천 광년 밖 별의 회전 속도를 계산한다는 사실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리 대신 빛의 파장이 변한다는 것만 다를 뿐, 원리는 동일합니다.

별이 자전할 때, 지구 쪽으로 회전해 오는 가장자리는 빛의 파장이 짧아져 스펙트럼이 푸른색 쪽으로 이동하고, 반대로 멀어지는 가장자리는 파장이 길어져 붉은색 쪽으로 이동합니다. 두 효과가 동시에 일어나면 스펙트럼에서 흡수선이 넓어지는데, 이 선 넓어짐의 정도를 측정해서 자전 속도를 역산합니다. 태양의 적도 자전 속도는 초속 약 2km에 불과하지만, 밝은 별 베가는 초속 약 270km, 일부 청색 거성은 초속 300~400km에 달합니다. 눈을 감고 소리만으로 팽이의 회전 속도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지적 유희가 아니라 지적 곡예입니다.

질량 측정은 더 정교합니다. 단독으로 떠 있는 별의 질량은 직접 잴 방법이 없지만, 두 별이 서로를 도는 쌍성계(binary star system)를 이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쌍성계란 두 별이 공통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서로를 공전하는 시스템으로, 이때 뉴턴의 중력 법칙과 케플러의 제3법칙을 조합하면 두 별의 공전 주기와 궤도 크기만으로 질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시리우스 A와 백색 왜성 시리우스 B는 약 50년 주기로 서로를 공전하는데, 궤도 분석 결과 시리우스 A는 태양 질량의 약 두 배, 시리우스 B는 태양 질량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시리우스 B는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졌음에도 크기가 지구 정도에 불과해, 밀도가 1세제곱센티미터당 수 톤에 달합니다.

그리고 중성자별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항상 잠깐 멍해집니다. 설탕 한 스푼 크기의 물질이 수억 톤이라는 숫자는 아무리 읽어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제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단단한 지구의 물리적 상식이 우주의 극단 앞에서는 그냥 지역 규칙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입니다. 다음은 지금까지 다룬 별의 측정 수치를 정리한 것입니다.

  1. 태양 표면 온도: 약 5,800도 / 반지름: 약 70만 km (지구의 109배)
  2. 베텔게우스 표면 온도: 약 3,500도 / 반지름: 태양의 700~1,000배
  3. 리겔 표면 온도: 약 12,000도 / 자전 속도: 초속 수백 km 수준
  4. 시리우스 A 질량: 태양의 약 2배 / 시리우스 B 밀도: 1cm³당 수 톤
  5. 중성자별 밀도: 1cm³당 수억 톤 (설탕 한 스푼 = 수억 톤)

별의 나이를 추정하는 두 가지 단서

사람 나이는 주민등록증으로 확인하면 되지만, 별은 수억 년을 살기 때문에 탄생 현장을 직접 목격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나이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추정'합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질량입니다. 별은 중심에서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핵융합 반응으로 빛을 내는데, 질량이 클수록 중력이 강해 핵융합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연료 소모 속도가 빨라집니다. 태양과 비슷한 별의 수명은 약 100억 년이지만, 태양보다 질량이 10배 큰 별은 수명이 약 2,000만 년에 불과합니다. 반면 태양 질량의 10분의 1 수준인 적색 왜성(red dwarf)은 수천억 년을 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색 왜성이란 질량이 작고 표면 온도가 낮아 붉게 보이는 별로, 연료를 극히 아껴 쓰기 때문에 우주 나이보다도 긴 수명을 가집니다.

두 번째 방법은 성단(star cluster) 관측입니다. 성단이란 수백 개에서 수만 개의 별이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가스 구름에서 태어난 집단으로, 성단 안의 별들은 나이가 거의 동일합니다. 천문학자들은 성단 별들을 헤르츠스프룽-러셀 다이어그램(H-R diagram)에 배치합니다. H-R 다이어그램이란 별의 밝기(광도)와 표면 온도를 두 축으로 놓고 별의 진화 단계를 한눈에 나타내는 도표입니다. 성단이 오래될수록 질량 큰 별들은 이미 연료를 소진하고 주계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합니다. 이 이탈이 시작되는 지점을 턴오프 포인트(turn-off point)라고 하는데, 턴오프 포인트란 성단에서 가장 질량이 큰 별이 주계열을 벗어나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이 지점의 위치를 보면 성단의 나이를 역산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우리 은하의 구상 성단 나이는 약 120억 년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임을 감안하면, 이 별들은 우주 초기부터 존재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불편한 생각을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이 모든 계산은 결국 스테판-볼츠만 법칙, 뉴턴의 중력 법칙, 케플러의 제3법칙이 수만 광년 밖에서도 지구에서와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전제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지구 실험실에서 검증된 법칙이 우주 어디에서나 0.1% 오차 없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별의 나이를 계산하는 일은 결국 "우리가 세운 도구와 가정이 얼마나 믿을 만한가"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H-R 다이어그램 위에 찍힌 한 점이 수십억 년의 시간을 압축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점 하나를 읽어내기 위해 인류가 쌓아온 물리학과 통계와 관측의 무게를 생각하면, 숫자 하나가 이렇게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천문학을 배우기 전엔 몰랐습니다. 앞으로도 암흑 물질의 정체가 밝혀지고, 더 정밀한 망원경이 더 먼 성단을 들여다보면서 지금의 숫자들은 조금씩 수정될 것입니다. 저는 그 수정을 오류라고 보지 않습니다. 과학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 돋보기 하나로 시작했던 빛에 대한 호기심이, 이제는 138억 년 우주의 시간표를 읽으려는 시도로 이어졌습니다. 그 여정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계속 걷고 싶어집니다.

참고: 본 글은 NASA Science의 암흑 물질 자료(https://science.nasa.gov/universe/dark-matter-dark-energy/) 및 유럽우주국(ESA)의 별 개요 자료(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What_is_a_star)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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