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 1호 (생존 신호, 골든 레코드, 관측 가능성)

보이저 1호가 지금도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그런데 그 신호가 탐사 데이터가 아니라 "저 아직 살아있어요"에 가까운 생존 보고라면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는 현재 약 245억 km 떨어진 성간 공간에서 극도로 약해진 전파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접한 순간, 코드 한 줄에 시스템의 생사가 걸렸던 제 경험이 떠올라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240억 km 밖에서 날아오는 생존 신호

보이저 1호의 신호 세기는 10의 -21승 와트 수준입니다. 이 수치가 얼마나 작은지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는데, 전구 하나를 켜는 데 필요한 전력이 수십 와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신호가 얼마나 희미한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자연적으로 우주에 떠도는 잡음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 신호를 받는 역할은 NASA의 심우주 통신망(Deep Space Network, DSN)이 담당합니다. DSN이란 지구상에 120도 간격으로 배치된 세 개의 거대 안테나 기지로 구성된 통신 시스템으로, 지구가 자전하더라도 보이저를 놓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각 기지의 안테나 지름은 70m에 달하며, 수 시간 동안 같은 방향을 고정한 채 신호를 쌓아 올려야 겨우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

2023년에는 보이저 1호의 메모리 손상으로 해독 불가능한 신호가 수신되었고, NASA 엔지니어들은 기존 코드를 정상 메모리 영역으로 옮겨 재실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명령을 보내고 결과를 확인하는 데만 왕복 이틀이 걸리는 상황에서 저는 그 엔지니어들의 감각이 어떤 것이었을지 계속 생각했습니다. 저도 AI 챗봇 시스템을 개발할 때 단 한 줄의 코드 오류 때문에 전체 로직이 무너지는 걸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오류를 고치고 배포 후 결과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긴지 저는 압니다. 그런데 그 대기 시간이 이틀이라면, 그것도 다시 돌릴 기회가 제한된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현재 보이저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RTG)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RTG란 방사성 물질이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장치로, 태양광이 닿지 않는 심우주에서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전력원입니다. 문제는 이 RTG의 출력이 매년 약 4W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이미 여러 과학 장비는 의도적으로 전원이 꺼진 상태입니다. 2027년에서 2030년 사이에는 통신 장비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자기 자신을 보고하는 기계가 된다는 것

보이저가 처음 발사되었을 때의 임무는 외행성 탐사였습니다. 목성, 토성의 고리와 위성들을 촬영하고 데이터를 보내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보이저는 플라즈마 밀도, 자기장 변화, 우주선 자체의 온도와 시스템 오류 여부 같은 내부 상태 정보를 주로 전송합니다. 외부를 관측하던 탐사선이 이제는 자기 자신의 생존 상태를 보고하는 시스템이 된 것입니다.

이 부분이 저에게 가장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만든 챗봇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불필요한 기능부터 하나씩 비활성화해야 했습니다. 자원이 줄어들면 핵심만 남기는 것, 그리고 마지막까지 통신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 그 구조가 보이저의 현재 작동 방식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인간이 노년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활동은 줄이되 가족과의 연락만큼은 끝까지 유지하려는 모습처럼 느껴져서, 이게 기계 이야기인지 사람 이야기인지 잠시 헷갈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보이저의 일부 회로가 극저온 환경에서 오히려 전기 노이즈가 줄어드는 물리적 특성 덕분에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구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지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게 기묘하게 위로가 됩니다. 한계 상황에서 의외의 안정성을 발휘하는 것, 이건 기계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든 레코드, 낭만인가 허무인가

보이저에는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골든 레코드란 지구의 소리, 음악, 다양한 언어의 인사말, 그리고 기초 과학 정보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새겨진 금속 디스크로, 외부 전력 없이도 수억 년간 물리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대기도 없고 침식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구조적 충돌이 없는 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보이저가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 방향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그 거리까지 도달하는 데만 약 7만 년이 걸립니다. 골든 레코드가 누군가의 손에 닿을 확률은 솔직히 말해 계산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이 점에서 이 디스크의 의미를 좀 다르게 봅니다. 전달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인류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우주에 새겨두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인류 문명이 남길 수 있는 가장 먼 흔적이 통신도 되지 않는 차가운 금속 덩어리뿐이라는 사실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게 허무한 이유는, 우리가 그것보다 더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아닐까요. 그 믿음 자체가 이미 골든 레코드보다 인간적인 흔적인지도 모릅니다.

우주를 향한 비명이 잡음으로 들릴 때

지구는 1920년대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이후 약 100년 동안 전파를 우주로 방출해 왔습니다. 현재 이 신호는 약 100광년 반경까지 퍼져 나간 상태로, 이 범위 안에는 대략 1만 개 이상의 별이 존재합니다. 군사용 레이더는 순간적으로 기가와트(GW) 수준의 출력을 내며 특정 방향으로 집중 발사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수십 광년 밖에서도 탐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알베도(Albedo)와 전파 도달만으로 관측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알베도란 천체가 받은 빛을 반사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지구의 알베도는 약 0.30으로 받은 태양빛의 30%를 우주로 반사합니다. 이 반사광 덕분에 외부에서 지구를 빛나는 천체로 인식할 수 있지만, 문제는 지구가 항상 태양 근처에 위치해 태양의 압도적인 밝기에 묻힌다는 점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가 필요합니다. 코로나그래프란 태양과 같이 강한 빛의 원천을 인위적으로 차단하여 주변의 희미한 천체를 관측하는 장치로, 현대 천문학에서 외계 행성을 직접 촬영할 때 활용됩니다. (출처: NASA Exoplanet Exploration)

외계 문명이 지구의 신호를 감지하려면 다음의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역제곱 법칙(Inverse Square Law)에 따라 약해진 신호가 상대방에게 충분한 강도로 도달해야 합니다. 역제곱 법칙이란 신호의 세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줄어드는 물리 법칙으로, 10광년만 떨어져도 일반 방송 전파는 우주 자연 잡음과 구별이 불가능해집니다.
  2. 상대 문명이 해당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관측 장비를 보유하고, 그 장비를 정확히 지구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야 합니다.
  3. 인류의 방송 신호처럼 넓은 주파수 대역에 걸쳐 있는 신호를 단순한 잡음이 아닌 인공 신호로 해석하는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1974년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발사된 아레시보 메시지(Arecibo Message)는 약 1679비트로 구성된 신호로, 목표 성단까지 도달하는 데 무려 25,000년이 걸립니다. 현재까지 약 50광년만 이동한 상태입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며 낙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우주를 향해 지르는 인류의 비명이 정작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고독한 독백일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게 냉정한 현실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쏘는 것, 그게 인간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보이저의 이야기는 결국 '포기하지 않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력이 줄고, 장비가 하나씩 꺼지고, 신호는 잡음과 구별이 어려울 만큼 희미해졌지만 보이저는 여전히 보고합니다. 임무가 끝난 뒤에도, 탐사 대상이 사라진 뒤에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로 "나는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것. 저는 그게 단순한 기계의 작동 이상으로 느껴집니다. 어쩌면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고, 기록하고, 신호를 쏘아 올리는 행위 자체가 그런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닿을 확률이 낮아도 쏘고, 들을 귀가 없을지 몰라도 말하고, 끝이 보여도 계속 보고하는 것. 보이저가 2027년에서 2030년 사이 마지막 신호를 보내는 날, 그 신호는 우주 잡음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저는 그 마지막 전파가 인류가 남긴 가장 조용한 유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참고: -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 Voyager 1 Mission Overview: https://www.jpl.nasa.gov/missions/voyager-1 - NASA Exoplanet Exploration – What is an Exoplanet?: https://exoplanets.nasa.gov/what-is-an-exoplanet/overview/ - NASA Deep Space Network: https://www.nasa.gov/directorates/somd/space-communications-navigation-program/deep-space-network/ - Arecibo Message (NAIC / Cornell University): https://www.naic.edu/ao/arecibo-mes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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