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의 42년 계절 (기울기, 파커 탐사선, 태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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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성의 자전축은 98도 기울어져 있어 한 계절이 무려 42년간 지속됩니다. 저는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한 세대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해가 뜨지 않거나 지지 않는 풍경을 상상하며 우리가 지구에서 누리는 24시간 주기가 얼마나 특별한 축복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시속 69만 km라는 가늠조차 어려운 속도로 태양에 접근하는 파커 탐사선의 이야기는, 인류가 그리스 신화 속 이카로스의 꿈을 과학으로 구현해내고 있다는 경외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98도 기울어진 행성, 42년간 이어지는 여름과 겨울 지구의 자전축은 23.5도 기울어져 있고, 이 덕분에 우리는 3개월마다 사계절을 경험합니다. 반면 천왕성은 거의 옆으로 누운 채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북극이 42년간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42년간 완전한 어둠 속에 잠깁니다. 이건 단순히 극지방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천왕성 전체가 이 극단적인 계절 변화를 겪으며, 한쪽 반구는 끝없는 낮을, 반대쪽은 끝없는 밤을 맞이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비정상적인 기울기가 태양계 형성 초기, 약 45억 년 전 지구 크기의 천체가 천왕성을 강타한 거대 충돌의 결과라고 추정합니다. 충돌의 여파는 천왕성의 내부 구조까지 바꿔놓았습니다. 목성이나 토성 같은 다른 거대 가스 행성들은 내부에서 엄청난 열을 뿜어내지만, 천왕성은 거의 열을 방출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천왕성은 '죽은 열의 행성'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진 해왕성보다도 표면 온도가 낮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42년 주기로 계절이 전환되는 시점마다 천왕성에서 거대한 폭풍이 관측된다는 점입니다. 2007년 허블 우주망원경은 천왕성 표면에서 시속 900km에 달하는 폭풍을 포착했습니다. 이는 지구의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보다 다섯 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내부열이 거의 없는 천왕성에서 이런 폭풍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계절 변화만으로도 행성 규모의 기상 현상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속 69만...

심해 탐사의 진실 (압력, 생명체,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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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성 표면의 지형도는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발밑 10km 아래 바닷속은 95%를 모른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지구 표면의 71%가 바다인데도 인류가 직접 확인한 해양은 고작 5%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볼수록, 심해 탐사가 단순히 '어렵다'는 차원을 넘어 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1,100기압이라는 압력의 의미 심해가 왜 이렇게 탐사하기 어려운지는 수치 하나면 충분합니다. 수심 10m마다 1기압씩 증가한다는 단순한 공식이 심해에서는 생존 불가능의 벽이 됩니다. 마리아나 해구의 최저점은 10,984m로, 이곳의 수압은 무려 1,100기압에 달합니다. 이 압력이 어느 정도냐면, 대부분의 금속 구조물이 찌그러지고 전자기기는 순식간에 망가집니다. 생명체의 세포막이 터질 정도의 환경입니다. 1960년 트리에스테호가 처음 해구 바닥에 도달했을 때도 장비 고장으로 진흙만 보고 올라와야 했고, 2012년 제임스 카메론이 1인용 잠수정으로 재도전했을 때야 비로소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건 '관측의 역설'입니다. 심해는 빛이 전혀 닿지 않아 카메라를 가져가도 조명 없이는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빛을 비추는 순간 생물들이 놀라 도망가거나 색을 바꿔버려, 관측하면 할수록 오히려 본래 모습에서 멀어지는 겁니다. 마치 양자역학의 관측자 효과를 해저에서 체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태양 없이 사는 생명체들 심해 생태계는 지상의 모든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만큼 독특합니다. 빛이 없다는 건 광합성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고, 결국 지상과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열수 분출공 주변에는 황화수소를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화학 합성 생태계가 존재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생명체 종의 약 80%가 바다에 살지만, 그중 분류되고 등록된 건 겨우 20%입니다. 나머지...